골드문 그리고 신세계 프로젝트
신세계는 경찰이 조폭에 잠입한다는 설정은 무간도,디파티드와 유사하고 라이벌이나 방해가 되는 자를 제거하는 모습은 대부와도 유사함에 신세계는 유명한 범죄 누아르 영화를 짜깁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 등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초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형철 과장(최민식)은 귀화한 화교 출신의 신임 청년 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여수의 건달이었던 정청(황정민)과 한패가 되어 서울의 제일파, 경상도의 재범파, 그리고 정청과 이자성의 북대문파, 이 3개의 조직이 분쟁을 벌이도록 해서 전부 공멸시킬 것을 계획합니다. 강 과장이 계획했던 이 프로젝트가 바로 신세계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제일파, 북대문파, 재범파는 싸우기는커녕 조직을 전부 합쳐 하나의 기업형 조직 골드문이라는 중견기업으로 변모합니다. 강 과장은 이자성으로부터 얻은 조직 내 불법 자료를 활용해 내부를 이간질해, 조직 내 두 계파가 서로 피 튀기며 싸우는 상황을 만듭니다. 경찰인지 조폭인지 어정쩡한 위치에서 방황하는 이자성은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들과 같아져야 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중국의 해커 집단이 캐낸 경찰청 자료를 통해 골드문에 잠입한 스파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던 정청은 '연변 거지들'을 이용해 자성의 바둑 선생이자 접선용 경찰이었던 신우(송지효)를 납치하고 이자성을 부둣가로 불러들입니다. 정청은 신우가 잡힌 모습에 당황해하는 이자성을 보며 여기에 또 한 명의 스파이가 있다며 이자성에게 해커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여주는데... 과연 이자성의 정체가 탄로 나고 신세계 프로젝트는 이대로 끝나버리고 마는 걸까요?
이자성과 이자성
영화를 보고 주인공 이자성이라는 인물에 빠져서 조금 찾아봤습니다. 주인공이자 이정재의 극중 이름인 '이자성'을 보면 감독이 역사적 인물인 실제 이자성의 이름에서 가져온 이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실존인물 이자성은 명나라 말엽 농민반란군에 몸담았다가 우연히 반란군의 대장이 되고 끝내 북경을 점령하고 명나라를 끝장낸 인물입니다. 뭔가 신세계의 이자성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은 주인공 이름에 반란군의 상징 같은 인물을 붙임으로써 영화의 결말을 암시한 것은 아닐까요?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
사실 신세계 영화는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인터넷에 명대사나 짤방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영화를 안보신 분들도 본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이번에 영화를 제대로 3번째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일단 재미 하나는 보장합니다.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여러 누아르 영화를 인공적으로 섞어서 만든 짬뽕 영화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분위기나 오락적인 재미만 보면 한국 영화 중에 톱 클래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쉽게 죽여버리는 잔인한 조폭 두목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진정한 신뢰와 애정을 주는 사람한테는 감격하고 충성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리더가 부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잘 보여주는 교훈적인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타당해도 부하를 도구로만 대한다면 부하도 어차피 그것을 느끼게 되어있고, 진심으로 부하를 위하고 애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 충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사실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유능한 인물도 아니고 회사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따르는 상사 한 분을 통해서 부하에 대한 이런 신뢰와 칭찬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나아가 그 회사에 대해서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 상사에게 받았던 감동을 저의 부하직원에게도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해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열심히 일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라는 생각에 빠지지 않게 하고, 나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 내어 나도 일을 진취적이고 편하게 할 수는 있는 상호보완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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